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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review

기생충 - 한국영화 추천

by 경기짱 2021. 10. 5.

기생충 줄거리

기택은 가족과 함께 허름한 반지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내 충숙, 백수인 딸 기정, 그리고 재수생 신분의 아들 기우까지 네 식구는 와이파이조차 제대로 안 터지는 열악한 환경에서 끼여 지냅니다. 어느 날 기우의 친구 민혁이 찾아와 행운의 돌 '수석'을 건네주고, 기우에게 과외 자리를 제안합니다. 기우는 명문대 졸업장을 위조해서 부잣집 딸 다혜를 가르치게 되고, 첫 방문에 다혜와 엄마 연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다혜네 대저택을 보고 욕심이 난 기우 가족은 일을 더 크게 벌일 계획을 세웁니다. 특히 다혜는 처음부터 기우와 묘한 기류가 생겨, 이후 애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부잣집에 다녀온 기우는 이제 여동생 기정을 그 집에 들이기 위해, 그녀를 지인인 '제시카'라고 소개하며 다혜의 동생 다송의 미술심리치료 교사로 소개합니다. 이때 기정은 자신의 가짜 정보를 외우기 위해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타고난 말발과 몇 가지 사전 지식만으로 기정은 저택의 안주인인 연교를 사로잡고, 기우와 기정은 그 집에 교사로 드나들게 됩니다. 이후에는 남매가 연교의 남편인 동익의 운전기사에게 모함을 씌워, 그 자리에 아버지인 기택을 취직시켜줍니다. 마지막으로 집 가정부까지 몰아내면서, 기정과 기우의 어머니인 충숙도 이 집의 가정부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로써 온 가족이 관계를 숨긴 채 박 사장의 대저택에 입성합니다. 순식간에 일자리가 생기고, 아무도 없을 때면 자기 집인 양 행동합니다. 그런데 어느 비 오는 날, 박 사장 집의 거실을 점령하고 있던 기택 일가에게 위기가 닥칩니다. 바로 쫓겨난 가정부 문광이 '지하에 놓고 온 게 있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애원합니다. 기택의 가족은 놀라서 모두 숨고, 새로운 가정부인 엄마만 남아 문을 열어줍니다. 알고 보니 문광의 남편이 몇 년째 박 사장 집 지하에서 몰래 살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납니다. 심지어 집의 막내인 다송은 우연히 밖으로 나온 문광의 남편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도 나옵니다. 처음엔 충숙이 문광과 문광의 남편을 다그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기택, 기정, 그리고 기우가 발각되고 그들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상황이 역전됩니다. 문광은 집을 점령한 그들의 영상을 찍어 박 사장에게 보내겠다고 하고, 설상가상으로 캠핑을 갔던 박 사장 식구들이 폭우로 인해 곧 집에 돌아오겠다고 전화를 합니다. 기택의 가족은 난투극 끝에 문광과 근세를 제압해서 지하에 가두고 박 사장 가족이 돌아오기 전에 숨는 데 성공합니다. 우천으로 캠핑이 취소되자 박 사장의 가족들은 집 마당에서 가든파티를 벌이고, 호화로운 파티 준비합니다. 그런데 이때 기우가 돌을 들고 근세와 문광이 있는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기우는 오히려 근세에게 역습을 당해 쓰러지고, 그 사이 근세가 지하실 바깥으로 탈출합니다. 순식간에 가든파티가 열리는 정원으로 난입한 근세는 케이크를 들고 있던 기정을 칼로 찌릅니다. 아수라장이 된 파티에서  딸이 찔리는 장면을 목격한 기택은 자신의 고용주인 박 사장을 칼로 찌르고 어딘가로 도망칩니다. 칼에 맞은 기정은 결국 죽고, 기우는 깨어나서 모든 일이 일어났던 그 저택으로 다시 갑니다. 그리고 밤이 되자 지하실과 연결된 등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발견하고, 기우는 그것이 지하로 숨어든 아버지 기택이 모스부호로 보내는 메시지임을 알아차립니다. 기우는 많은 돈을 벌어 아버지가 숨어든 그 집을 사는 모습을 상상하며, 아버지의 메시지에 답장을 읊조립니다. 하지만 달콤한 상상 후, 그가 처한 현실인 반지하에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박 사장 저택의 의미

박 사장의 식구들은 2층, 지하실, 그리고 마당까지 있는 넓은 대저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너무 넓어 가정부를 둬야 할 정도입니다. 넓고 여유로운 집에 걸맞게, 연교는 아이들에게 각종 과외 선생님을 붙이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깁니다. 반면, 반지하에 사는 기택의 가족은 늘 자신들이 사는 공간을 혐오합니다. 특히 대저택을 경험한 후 기정과 기우는 반지하에서 빠져나오고 싶어서 안간힘을 씁니다. 기우가 돌을 들고 지하실에 가서 근세를 제압하려고 했던 것도, 대저택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지상과 지하로 대비되는 두 세계는 마치 하류층이 상류층의 영역에 절대 침범할 수 없을 것처럼 확연히 구분되어 있어 있습니다. 근세와 문광의 경우 어떻게든 상류층의 공간에서 기생하기 위해 지하라는 공간을 택했고, 그곳의 기생충이 되어 자리를 차지합니다. 기태의 가족이 오기 전까지는 문광 부부가 아주 착실하게 하류층인 기생충의 자리를 지키며 상류층인 박 사장과 공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택의 가족과 문광 부부, 두 하류층 집단이 대립하면서 상황은 달라집니다. 상류층의 공간에 어떻게든 근접하게 지내려는 그들의 혈투는, 양쪽 모두의 자멸로 끝이 납니다. 결국 기태가 남아서 지하실을 차지하게 되지만, 상류층인 박 사장의 가족은 다른 곳으로 너무 쉽게 이사를 가버립니다.

냄새

박 사장과 연교는 극 중반부터 기태의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의 아들 다송도 이 냄새를 기태와 기정에게서 맡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런 악취는 반지하에서 살다 보니 찌든 곰팡이 냄새, 혹은 고생해가면서 사람 사는 냄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냄새는 향수를 뿌리거나, 깨끗이 씻는다고 없어지지 않는 냄새입니다. 또한 극 중 상류층이 자신들을 하류층과 구분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하류층의 이런 묵은 냄새가 이해가 안 가고, 역겨움이 느낍니다. 이런 냄새를 인지하고 있지도 못하던 기태는, 박 사장의 집에 몰래 숨어있을 때 부부가 자신의 냄새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결말에서도 기태는 박 사장을 찌르기 전, 박 사장은 이 냄새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유희

박 사장의 가족은 시도 때도 없이 여유와 유희를 즐깁니다. 계획만 하면 자신이 고용한 하류층이 일을 하고, 자신들은 캠핑도 가고 파티도 자주 열 수 있습니다. 반면 기태의 가족은 유희는커녕, 당장의 생계와 어떻게 하면 이 집에 붙어있을지가 최대의 고민입니다. 그들은 그저 순간순간의 계획과 실행에 집중합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화제가 되었던 소파 신을 떠올려보면, 바퀴벌레처럼 숨기 급급했던 기태의 가족의 바로 위 소파에서 연교와 박 사장은 사랑을 나누는 대조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유희의 부재는 하류층을 구분 짓는 또 다른 지표가 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또 다른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교양을 중시하는 상류층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성욕을 표출하는 데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계층을 완전하게 분리해서 보여준 후, 영화는 우리에게 또다시 이렇게 계급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지 시사합니다.

계획

이 집에 들어오기 위해 처절한 과정을 거치지만, 사실 기우와 가족들은 그렇게 큰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어쩌면 그들의 우둔함과 무모함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실상은 박 사장 부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아이들, 집, 그리고 차를 맡길 사람들에 대해 철저히 알아보지 않습니다. 그냥 '지인'이 소개해 주는 정보를 믿고, 마음 가는 대로 사람을 고용하는 단순한 모습입니다. 기택의 가족이 무지와 무모함에서 나오는 무계획이라면, 아마 박 사장 부부의 무계획은 여유와 오만함에서 오는 무계획으로 느껴집니다.  다만 같은 무계획의 결말은 무자본인 이들에게 더욱 잔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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